우정을 도둑맞은 청년… 20년간 기억을 써내려갔다

우정을 도둑맞은 청년… 20년간 기억을 써내려갔다

어린 시절 친구의 죽음은 참으로 가혹한 슬픔을 안겨줍니다. 우정은 젊음의 상징이자 어느 날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아픔이 됩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대만계 미국인 후아 쉬의 에세이로, 그가 친구를 잃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켄이라는 친구를 잃은 이야기

세 명의 범인은 피해자를 무작위로 물색했고, 그의 친구 켄이 강도질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친구가 참석한 파티에 끝까지 남아 있었더라면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을까 고민합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결론은 "엿 같아도 때로는 어쩔 수 없다"는 지극히 간단한 진리입니다.

기억에 의존하는 서두

작가는 책 서두에 본인의 차로 친구들을 태워다준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매우 또렷하고 선명한 기억을 살려내 풀어냈는데, 이 책이 철저히 기억에 의존한다는 것을 암시한 것일까요? 독자는 일기장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며, 그가 20년 넘게 쓴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하게 됩니다.

 

슬픔과 변형된 기억

처음에는 친구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던 작가는 슬픔에 빠져 죽은 친구와 쌓았던 추억이 아닌 변형된 기억을 갖게 됐다고 의심도 합니다. 때로는 자신이 정말 그 친구와 친했던 게 맞는지조차 모를 지경까지 갔습니다. 다행히도 함께한 사진 등을 매개로 친구를 천천히 떠올렸고 결국은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기억해내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수상과 평가

2022년 출간된 이 책은 다수의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도 수상했습니다. 퓰리처상에서도 회고록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가의 업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퓰리처상 심사위원들은 "청년들의 강렬한 우정, 삶을 영원히 변화시키고 마는 무작위적인 폭력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우아하고 가슴 아픈 성장 기록"이라고 평가했습니다.